차별, 차별, 차별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는 영역,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차별 ‘받는’ 혹은 차별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영역, 은폐되거나 자신의 일로 인식되지 않는 영역. <일상> 속 차별의 영역은 차별이라고 호명하기도 호명되기도 어렵다. 이 공간은 너무나 익숙한 곳이어서 정치는 개입될 수 없거나, 그 곳은 너무나 사소하고 작은 무엇이어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건드는 것은 언제나 힘겹고 고루한 과정이다.

민우회는 ‘반차별 의제’ 관련 운동을 2008년 주요한 중점 사업으로 채택하였다. 구체적인 일상, 개인 안에 내면화되어 있고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한 차별의 내용을 알려내고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과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 전반적인 차별에 대한 인식 및 감수성을 변화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머리 짜내어 고민 끝에 올 해 반차별 팀에서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는 나이차별과, 결혼식 주례사 바꾸기 운동이다. ‘연령’과 ‘의례’라니.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라고?

별나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미션, 나이차별

일상속의 불편한 꺼리들 중 몇 가지를 큰 줄기로 잡고 그것들의 실체를 밝히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성(性)차에 의해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기에는 완벽치 않은 구멍들을 보면서, 그 곳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변수 ‘무엇’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양한 차별변수들 속에서 우리가 집중한 것이 바로 ‘나이’인 이유는 그만큼 전 연령을 포괄하여 광범위한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 ‘나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반차별팀에서는 지난 여름동안 일상에서의 나이차별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누구에게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더 질문하기 힘든 주제, 낯익은 주제를 낯설게 하는 것. 나이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차별받기도 하고, 차별하기도 하지만 정작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이 없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설문결과, 전체의 97.7%가 ‘한국에 나이차별이 있다’고 답한 만큼 한국의 나이차별은 일상 속에서 만연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나이를 묻지만 ‘나이로 인한 위계가 생기거나(34.7)’ ‘나를 알아가는 것과 나이는 상관이 없다(32.7)’는 이유로 나이를 묻는 질문이 불편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나이가 많은 이유로 취업이 거절된 경험도 18.8%나 있었으며(채용탈락의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실제수치는 이보다 늘어날 듯하다) 15.8%는 자신의 직장에 나이에 따라 달리 주어지는 혜택이나 불이익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설문지로서 가능하지 않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2차례에 걸쳐 “님 몇 살?”이란 제목으로 집담회를 하기도 했다. 20대, 40대가 느끼는 각각의 나이차별경험과 나이에 따른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 살면서 느끼는 나이에 대한 생각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라는 상대적 기준을 넘어서 나이에 따라 ‘나이’라는 주제가 각각의 삶에 침투하는 영향력 혹은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별나라로 가기 위한 두 번째 미션, 뻔한 주례를 펀(fun)하게!

별나라로 가기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는 주례사 바꾸기 프로젝트이다. 주례사 바꾸기 사업을 모든 활동가가 흔쾌히 동조했던 것은 아니다. 주례사라니, 그것은 결혼이라는 견고한 시스템을 보조하는 약 10분도 안 되는 형식이다. 그 ‘의례’를 건드린다는 것은 이미 결혼식 자체가 갖는 성별 역할과 그 역할의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가는 것은 아닌지. 또한 여기서 상정한 ‘결혼’은 무조건 이성애주의를 기반하고 있음은 자명하며, 결혼식에서 주례사만이 문제인가. 100건의 주례사를 모니터링하면서 거의 반 절 이상 신부와 신부 어머니는 울었으며(가끔은 주례사보다 신부의 눈물이 보는 것이 더 힘겹다. 많은 신부의 눈물에는 분명 어떤 사회적 기제가 있을게다.), 결혼식 사회는 전부가 신랑의 친구의 몫이고, 여전히 신부는 아버지로부터 신랑에게 양도되는 형식이다. “아들 가진 유세”, “딸 가진 죄인”, 그리고 자본주의가 결합된 결혼식장은 사실 ‘껍데기’만 남아있는 참으로 ‘지루해진’ 의례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문화 바꾸기 위한 하나의 방점으로 주례사 바꾸기로 결정한 것은 결혼 이라는 큰 범주 속에서 가진 무수한 수 백 가지의 ‘주제’들 중에 주례사는 결혼유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익숙하게 접했을 경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운동은 내용으로만 펼쳐지지 않고 많은 방법과 전략이 동원 돼야 함을 배우고 또 배운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타인이 알고 싶은 것, 혹은 타인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사이의 괴리감은 이 쉽고도 어려운 주제, ‘차별’을 이야기할 때는 더욱 커진다. 주례사 속의 차별을 드러내고 사례를 조사하면서 주례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말들의 향연이었다.

100건의 주례사, ‘뻔하거나 아찔하거나’

본부뿐만 아니라 지부의 많은 회원 분들을 모니터링 요원(?)으로 투입시켜 5월부터 7월간 주례사 100건을 녹음했다. 녹음된 주례사를 데이터화하고 각 주례사별로 드러나는 주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일심동체강조형, 가족/친족강조형, 성차별유형(성역할고정형), 학력중심주의등 총 4가지 유형으로 유형화하였다.

일심동체강조형은 ‘한 몸’으로서의 부부를 강조하는 것으로 결국 누군가의 희생과 인내를 담보해야 가능한 것이며 이 희생의 대부분의 주체가 여성임은 당연하다. 또한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만남으로 강조하며 개인 간의 만남과 선택의 차원을 무시하고 결혼을 철저히 가족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가족/친족 강조형, 전형적인 유형으로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을 기존의 가부장적 문화를 기반으로 여성은 남성을 존경하고 남성은 여성을 사랑해주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성차별유형, 신랑 신부의 학력과 직업에 대해서 언급하며 얼마나 ‘유능한’ 사람들인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남성에게 더 강조되고 여성에게는 부차적이지만 남성의 지위에 따라 여성에게도 유사하게 강조되는 학력중심주의 유형 등으로 4가지 유형으로 100건의 주례사 사례를 분류할 수 있었다. 주례사 사례와 유형화된 분석 결과 등은 한겨레 21 추석 합본호에 표지기사화 되기도 하였다. 기사내용은 4가지 유형화 결과와 더불어 실제 주례사의 ‘구린’(?) 내용, 주례사의 역사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향후 한겨레21과 공동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향후 나이차별 프로 관련되어 청소년 운동단체, 여성학자, 언론사 기자 등이 모여 각 활동 영역에서의 나이차별과 나이주의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며, 설문지 결과에 나타난 생생한 결과와 사례/직접 녹음한 주례사 내용 등을 담은 사례집도 만들 예정이다. 또한 9월 말에는 뻔한 주례사 분석 결과와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내가 들은 황당 주례, 대안 주례문 쓰기”) 등을 담은 온라인 캠페인을 할 계획 중이니 많은 기대 해주시길. 10월에는 큰 범주로서의 차별과 인권, 나이차별 등의 내용을 담은 반차별교육과 나이차별과 주례사 바꾸기 캠페인도 화려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반차별이란 주제로 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을 가열차게(!) 준비 중이다. 차별에 반대하기 위한 운동이라니. 사실 때로는 유머도 필요하고 때로는 진지한 논리력도 필요한 이 어려운 과정에서 나름 머리 싸매며 노력하고 있는 민우회의 반차별운동, 많은 기대와 격려 주시길. 흑.

 

함께가는 여성 1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