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6년째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은화씨는 언젠가 이런 결혼식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프랑스-한국인 믹스 커플이 동네 시청에서 식을 올린 뒤 친구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가족들이 준비한 신랑의 성장사가 코믹한 연극으로 펼쳐지고, 신부의 친구들은 노래를 하고, 나는 축의금 대신 직접 그린 그림 한 장을 선물하고….” 짜이지 않은 결혼식 이야기를 하며 그는 한국의 결혼식도 ‘천편일률’을 벗어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겨레21>과 여성민우회는 ‘뻔한 결혼식’ ‘기존의 성역할이 강조되는 결혼식’을 바꾸는 하나의 방법으로 ‘뻔한 주례를 펀하게’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와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가 ‘뭔가 다른’ 주례말을 보내왔습니다. 결혼과 이혼을 통해 결혼 안팎을 두루 겪으며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을 했던 권 교수는 ‘서로의 콤플렉스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심상정 대표는 ‘부부가 두 마음, 두 몸이 돼라’고 권합니다.

대한민국의 ‘주례사’가 더 평등하고, 더 행복하게 바뀌길 기원합니다.
 

결혼하시는 두 분과 가족 모두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선택과 출발은 항상 흥분되는 것 같습니다.

주례사라는 거창함과 쑥스러움을 잠깐 내려놓을까요. 주례사의 좋은 의미만을 생각하며 한 가지 주장만 풀어놓으려 하는데요. 그전에 하고 싶은 말은 저를 주례로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혼을 했고, 여성이고, 주례를 하는 이치고 젊습니다. 결혼제도에 대한 신뢰도 약합니다. 하지만 결혼 안과 밖을 경험하면서 평등하고 행복한 삶이 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고민을 전하고 싶습니다.

결혼은 ‘복불복’ 게임

요즈음 TV 프로그램에서 ‘복불복’ 게임을 자주 합니다. 예를 들어 그냥 봐서는 구분이 안 되는 설탕을 탄 커피와 소금을 탄 커피를 섞어놓고 고르는 거지요. 결정은 ‘운’에 따릅니다. 결혼도 복불복입니다. 잘한 선택인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습니다. 결혼을 선택할 때 우리는 배우자를 모릅니다.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을 경우가 많습니다. 나와 배우자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지, 각자가 어떤 위기 대처 능력을 가질지 알지 못합니다. 수많은 관계망 속에서 어떤 우연과 갈등, 감정 변화의 파노라마가 펼쳐질지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행복 또는 불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뿐입니다.

‘운에 맡겨라, 케세라 세라!’를 권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불확실함을 감당하는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나와 상대방의 콤플렉스의 근원을 알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지인의 남편은 결혼 당시 완벽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일도 끝을 내지 못했고, 늘 우울했습니다. 40살이 되던 해, 모래놀이 치료를 하면서 나무를 심고 집을 지은 뒤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처음으로 내 뜻대로 뭔가를 해보았습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에게 완전히 억눌렸던 그의 삶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콤플렉스는 학벌이나 외모의 약점, 열등감만이 아닙니다. 자라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특유의 기질, 자기혐오, 소유욕, 과시욕구, 인정욕구를 가지게 됩니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자란 여성적이고 왜소한 남성 중에 남자다워 보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의리에 죽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여자들의 ‘착한 여자’ 콤플렉스는 엄마 역할에 대한 집착과 보상 의식을 낳습니다. 부부간의 성생활도 ‘남자라면’, ‘여자니까’ 등 성에 대한 심리적 강박이나 감춰진 성경험에 의해서 영향을 받습니다. 감춰뒀던 어린 시절의 상처나 죄의식은 현재의 불안, 분노, 자기혐오의 원인이 됩니다.

사람으로, 연민의 대상으로

남편과 아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이해하기 힘든 상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상처, 콤플렉스, 죄의식을 알면 세상에 이해 못할 판단이나 행동이 없어지죠. 또한 콤플렉스, 상처, 죄의식은 드러낼수록 줄어듭니다.

살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의 감춰진 욕망과 상처를 안다면, 그리고 치유를 나누고 있다면 위기와 갈등에 훨씬 나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결혼생활 첫 1∼2년 ‘서로의 콤플렉스 드러내기’에 투자해보세요. 남편과 아내가 ‘사람’으로, 또 ‘연민의 대상’으로 바뀔 것입니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