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별 없는 나라로”(이하 별나라로) 프로젝트는 일상적으로 ‘사소하고’, ‘아무 것도 아닌’ 흩어진 개인적인 경험을 모아내 일상의 정치를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다. 결혼 문화 바꾸기라는 추상적인 명분을 어떻게 하면 구체적인 실천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해서 나온 키워드는 “주례사”였다. 결혼식의 주례사에 방점을 찍어 이에 등장하는 다양한 차별적 말들을 드러내고 분석함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2. 이 캠페인은 ‘주례사’에 등장하는 뻔하고 익숙한 말들을 꼬집어 획일적인 결혼제도를 지양하고 각각의 특성과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으로서의 결혼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담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온/오프라인 캠페인, 사례집 제작, 교육 등의 방법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1. 조사기간 : 2008년 5월 ~ 2008년 7월

2. 조사건수 : 주례사 약 100여건(실 사용 가능한 건수 약 80개)

3. 장소 및 기타 : 4개 지역(춘천/광주/서울/진주)에 각각 모니터링 요원을 투입시켜 불특정 예식장을 방문하여 주례사만 녹음하고 녹음된 주례사에 개인신상정보를 뺀 내용으로 녹취본을 데이터화하여 각각의 주례사가 가지는 차별적 요소 분석 및 유형화

1. 주례사 유형화

1) 성차별유형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을 기존의 가부장적 문화를 기반으로 여성은 남성을 존경하고 남성은 여성을 사랑해주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유형으로 여성에게 순종과 복종 그리고 남성의 내조자 역할만을 강요하며 주례사 속에선 사회와 직장은 남성만의 공간이었고, 여성의 활동 무대는 가정에 국한된다.

“현숙한 아내는 남편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여인은 매일같이 사랑을 먹고 피어나는 꽃입니다. 남자는 자신이 존경받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때 빛을 발휘합니다. 아내는 남편을 존경하며 가정을 꾸려가야 합니다.”(6월7일 서울 서초구 ㅅ웨딩홀)

“지혜로운 아내는 잠자리에서 베갯머리 송사를 하지, 다른 사람이나 자식들 있는 데서 남편의 부족함을 지적하거나 핀잔을 주지 않습니다. 남편의 권위가 바로 설 때 그 가정이 바로 서고 자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6월8일 광주 서구 ㄲ예식장)

“가정 안에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해요. 위계질서란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할 때 바로 서는 것이에요.”(5월31일 서울 마포구 ㄱ예식장)

2) 배경/학력 강조형

주례사 내용 중 신랑 신부의 학력과 직업에 대해서 언급하며 얼마나 ‘유능한’ 사람들인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남성에게 더 강조되고 여성에게는 부차적이지만 남성의 지위에 따라 여성에게도 유사하게 강조되는 유형

“두 분께서는 명문가의 평소 가정교육을 잘 받았으며 신랑은 oo에 근무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범적 청년이고, 신부는 oo대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입니다”(7월 6일 광주 서구 ㄱ예식장)

“이 자리의 신랑 00군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신부 00양은 고등교육은 물론이요 엄하신 부모님의 가정교육으로 품행이 단정하고 모든 일에 성실하다.”(7월 18일 서울 마포구 ㅊ예식장)

“명문대에서 공부한 두 사람이야말로 신지식에 앞서나가고 뛰어날 것이다.”, “두 사람은 결혼예비학교까지 다녔다. 역시 교장선생님 자녀들답게.”(6월 6일 서울 서초구 ㅅ예식장)

3) 효/가족제도 강조형

①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만남으로 강조하며 개인 간의 만남과 선택의 차원을 무시하고 결혼을 철저히 가족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유형

② ‘정상가족’중심의 세계관 강조 : ‘양가’ 부모의 훌륭한 양육을 강조하는 유형으로 한부모 가족, 다양한 가족형태의 가정은 “편모 슬하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은(실제 사례)” 것을 강조하며 결혼식장의 부모대행산업을 활성화하게 하는 유형

“신랑과 신부가 결혼하는 것은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양가가 결혼하는 것입니다.”(5월24일 서울 마포구 ㅊ웨딩홀)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나가서도 샙니다. 집안에서 부부간에 화목하지 못하고 형제간에 화목하지 못하면 결코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하지 못합니다.”(6월15일 서울 마포구 ㄱ웨딩홀)

4) 일심동체 및 희생 강조형

순종/복종/인내/화합 등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가치이나, 무조건적인 화합과 인내, 신랑신부는 한 몸 한마음을 강조함으로서 서로의 차이를 묵인하고 부부는 ‘하나’임을 강조하는 유형.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하고 묵인되어야 한다는 권력관계가 빠져있다는 함정이 있음.

“부부는 네 편, 내 편으로 나누어서 경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협조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의 절반은 희생하고 나머지 절반만을 찾으시기 바랍니다.”(6월14일 광주 서구 ㄲ웨딩홀)

“생각이 둘이었던 것이 하나가 되고, 마음이 둘이었던 것이 하나가 되고, 삶이 둘이었던 것이 하나가 되고, 언제든지 서로 가정을 이루는 한 핵심 속에서~.”(6월14일 서울 마포구 ㄱ예식장)

5) 애국심 강조형 : 가족과 국가는 한 몸이며 가정은 이를 떠받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여성의 출산을 강조/의무화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유형

“우리 가문은 예로부터 개인의 안일과 한 가정의 안일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고 사회의 안위를 걱정하는 선조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7월1일 서울 영등포구 ㄷ예식장)

“지금 한국 현실이 불안합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건강하고 총명한 아들딸을 낳아서 척박한 조국 대한민국에 안겨주시기를 기원합니다.”(6월13일 부산 한 성당)

이런 ‘충효사상’은 80건의 주례사 중 51건에 빠짐없이 들어 있었다. 가족과 국가는 한 몸이고, 둘을 떠받들어야 하는 건 주례사에선 ‘찐빵의 앙꼬’였다.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결혼식은 인생에서 새로운 결정과 다짐을 하는 자리”라며 “부모에 대한 효도를 굳이 결혼식장에서까지 말하고 다짐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라는 수직적 개념 대신 ‘사랑’과 ‘배려’라는 수평적 개념이 변화한 시대의 가족 관계에 더 적합하다고도 지적했다. 권미혁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만남으로 강조하는 것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과 선택의 차원을 무시하고 개인이 가족 안에 포섭될 것을 요구한다”며 “개성을 없애고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조할 경우, 약자의 희생이 강제돼서 공평하지 못한 부부관계가 되거나, 억압으로 인해 한 개인이 가정 바깥으로 튕겨져 나오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대착오적 덕담은 자칫 악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 주례사의 성별

조사한 총 80건의 주례사 중에 79건이 남성이고 1건이 여성이었다. 또한 신랑 지인이 전체 80건 중 약 30~35건이고 신부 지인은 한 명도 없었다. 사서 하는 주례가 아닌 지인을 통한 대부분의 주례사는 신랑의 지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주례사의 성별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것은 신랑의 지인여부를 떠나서 신랑(남성)의 입장/위치에서 주례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례사 대부분이 신랑의 입장을 내재화한 신부에게 이야기하는 맥락의 내용임은 당연하다.

신랑 입장→신부 입장→화촉 점화→성혼 선언→주례사→양가 부모 인사→하객 인사→퇴장으로 이어지는 결혼식에는 이 모든 식순을 관장하는 ‘주례’가 가운데 있다. <한겨레21>과 여성민우회가 들여다본 결혼식장에서는 예식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면서도 ‘아무도 듣지 않는’ 주례사가 공허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주례사가 담고 있는 가치관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숙이 깔려 있는 고정관념들이었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식의 성차별적인 사고방식, 견고한 가부장적 충효사상, 개인의 행사인 결혼식에서 난데없이 돌출해도 용인되는 애국심 강조, 출산 장려 멘트 등 어제의 관념만 있는 주례사엔 감동이 없다. 박재동 화백은 “결혼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데, 정작 형식에 따라 무의미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작은 시도들을 통해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결혼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주례사는 죽었다. 낡은 주례사는 가라!

 

* (ex) 위의 사례는 모두 모니터링 한 사례를 취합하여 나열한 것임
** 위 분석 결과는 민우회 사례제공 및 한겨레21과의 공동분석 결과로서
한겨레21(제727호 추석합본호)에 실린 기사 내용을 재구성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