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거기 한 50대 아줌마가 나옵니다.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이 아줌마는 결혼생활 20여 년 동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첼로를 연주하겠다’는 꿈을 꾹꾹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이제야 꿈을 이루려고 다시 첼로를 잡으며 좌충우돌을 겪는 아줌마는 ‘그간의 희생’에 억울해하고 분해합니다. 억울하고 분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이 아줌마뿐일까요?

이런 우리 아줌마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보면서, 오늘 결혼하는 부부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두 마음, 두 몸이 되세요!”

역할 바꾸기·안식년·반성문

흔히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한 덕담이 되어왔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어르신들께는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부부는 ‘일심’도 ‘동체’도 아니고 또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유년기, 청소년기를 다른 곳에서 보낸 두 사람이 어떻게 한 마음, 한 몸이 될 수 있겠어요?

'니네 한 마음, 한 몸이 돼!'라고 강요하다 보면 불합리하게 한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몸과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마음, 두 몸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여자는 이래야 돼, 남자는 저래야 돼’ 하는 고정관념이 최대의 적입니다. 국회의원 생활 4년을 보내고 이제 야당 대표로 있는 제 얘기를 해볼까요. 제 남편은 제가 국회의원이 되자 ‘전업주부’를 선포했습니다. ‘과연 저 사람이 전업주부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의외로 잘하던걸요.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제게 아침을 먹이려고 실랑이를 하고, 빨래니 청소니 갖가지 집안일들도 꽤 잘합니다. 중학교 다니는 아들의 학교 숙제 봐주기도 요령이 생긴 것 같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가족 소풍도 신나게 준비하더라고요.

우리 부부가 흔히 말하는 ‘역할 바꾸기’를 한 것입니다. 세상의 고정된 역할을 바꾼 우리 부부의 선택은 서로에게 선물입니다. 남편은 저에게 ‘집안일 부담’을 덜어주는 선물을 했고, 저는 남편에게 ‘안식년’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모든 부부가 한 명이 ‘집안일을 전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수백, 수천 가지의 가정이 있잖아요. 그 가정들이 다 너무 똑같아요. 가정의 구성원이 다른데 똑같아지려다 보니, 개성을 죽이고 희생하게 되고 그러다 틈이 생기고 갈등이 생깁니다. ‘가족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저 집은 저런데 우리 집은 왜 이래?’ 비교하다 보면 싸움도 잦아지죠. 그러지 말고 ‘구성원의 개성을 고려한 가정’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작은 이벤트도 해보고요. 한 달에 한 번 반성문 쓰기, 한 달에 한 번 역할 바꾸기, 서로에게 안식년 주기 등.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분이 생각하면 정말 무궁무진한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육아, 사회의 책임을 생각하자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가족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숨쉬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 아이 키우는 일과 교육, 어르신 복지, 그리고 주거환경까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개선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제일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아이들 키우는 일인데, 아내와 남편이 서로 아이를 돌보는 협력도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육아휴직제도가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사회적으로 차별없이 진행된다면 좋겠죠. 이런 제도적 변화에까지 부부가 함께 힘을 쓰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좋겠습니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